Wednesday, February 04, 2009

강혜정의 글 : 아름다운 친구가 있습니다.

내가 아파서 습관적으로 응급실에 실려갔을때
어떤 의사가 그녀에게 물었다.
"환자분이 담배를 피우십니까?"
"네"
"하루에 어느정도 피우십니까?"
"한갑 반 정도요"
"계속 그렇게 피우시면 3개월안에 죽습니다"
"정말요?!"
그뻥의 위력은 강했다.
그뒤로 나는 하루에 4개피 이상의 담배를 피울수가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서,점심을 먹고,저녁을 먹고,화장실을 가고..그렇게.
그녀는 단호했다..
한대씩 피우고나면 재털이를 깨끗히 닦아 놓았다.
거의 24시간을 함께 보냈으니 탈출구도 없었다.
그때만큼 내가 건강했었던 시절은 없었을것이다.

매일 걷거나 택시를 타고다니던 시절.
그돈이 너무 아까워서라기 보다 스쿠터가 너무 타고싶어서 큰맘먹고 스쿠터를 샀다.
다음날 골목어귀에서 부릉부릉 엥엥 그녀석을 몰고 들어온 나를 본 그녀는 노발대발하며 그얼마나 위험한 것인데 그걸 타고 다니냐며 화를 냈다.
나는 그녀앞에선 한없이 순하다.
다음날 그녀를 태워주려 맘을 먹고 꼬셔봤지만 대쪽같은 그녀는 맘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몰래 가지고 나갈마음에 그녀가 잠들어 있던 틈을 타 숨겨두었던 키를 찾아 시동도 걸지 않은채로 스쿠터를 골목끝까지 끌고 나갔다.
멀찌감치서 시동을 걸고 나왔을때쯤 그녀가 방안에서 어쩔수 없다라는 미소를 짓고 있을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같은 방법으로 돌아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밥을 먹으려던 내게 그녀는 말했다.
"그 무거운걸 어떻게 끌고 나갔냐..그렇게 타고싶어?"
"응^^"
"그래도 나는 싫어..너가 위험하잖아"
그리고 몇일뒤 나는 멀쩡히 가는 나를 박은 택시에 여기저기 아스팔트에 갈리는 사고를 당했다.
그때 제일먼저 달려와준 그녀는 걱정과 동시에 내가 아닌 다른 누구에게 원망스러운 얼굴을 하고 내가 나을때까지 일도 쉬어가며 내곁에 있어주었다. 머리도 감겨주고 밥도 먹어주고 수다도 떨어주고..
그녀는 내게 외로움도 고아같음도 없는 따뜻함을 느끼게 해줬다.
그럼에도 나는 이후 그녀가 결핵성 늑막염으로 병원에 입원했을때 바쁘다는 핑계로 그녀곁에 있지 않았다..나는 못된 이기주의자 였다..돌이켜 보면 가장 미안하고 가장 후회스러운 시간이다.

꿈만많고 현실은 없었을 20대초 나는 일이 너무 하고 싶었다.
나는 먹고 싶은것도 많았고
나는 가고싶은 곳도 많았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없었다.
어느날 그녀가 나에게 전재산인 30만원을 주며 이걸로 생활비를 하자고 얘기한적이 있었다.
그때 그녀는 아침도 점심도 가끔씩 저녁도 집에서 먹는 일이 없이 바빴다.
결국 그것은 내 용돈...
그돈과 있었을때 내가 가장 먹고 싶은 것은 김밥이었고
그돈과 함께일때 가장 가고 싶은 곳은 오락실이었다.
그녀는 거의 매일 밤 나와 500원 어치의 총쏘기 오락을 해주었고 우리..특히 그녀는 군인이 되어있었다.
그녀는 나에게 작은것의 진정한 가치와 즐거움을 알게해주었다.

매일 그녀는 내일기를 들어주었고
내가 꾸는 모든 꿈과 계획들에 맞장구를 쳐주었다.
내꿈은 점점 싱싱해졌고 어느날 나는 '기회'라는것을 안았다.
나의 변덕스러운 이기심이 혼자있는 시간을 원했고
그녀는 조용히 그저 이해해 주었다.
나는 쉴세 없이 바빠졌고 연락조차 쉽지 않았다.
매일을 함께하던 우리는 어느샌가부터 일년에 두세번 갖는 만남으로 마음속에서만 살게 되었다.
무엇이 그토록 중요했던 시기인가 되돌려보면 가치있는 것들도 많았지만 좀더 성실한 나이기를 바랬던 순간들도 많았다.
보고싶었다.
상처 받을수록.
상을 받을수록.
미친듯이 행복해도.
미칠것 같이 외로워도.
보고싶었다.

상한 우유를 마셔도 토한번 하지 않던 내가 적이 생기고 화에 울분에 미쳐 토를하고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미친듯이 소리를 지르고 울고 불고 그랬을때 그녀는 나에게 실망하지 않았다.
그저 나를 위로하고 이해하고 멀리서 또는 등뒤에서 아주 작은 목소리로 '괜찮아'라고 하며 나를 지켜주었다..
"언덕에 오르는 일이 참 힘들지만 오르고 나면 내려오는건 좀 쉬울거야..요령도 생기고 무덤덤해 질거고 오르는동안 겪었을 시련에 강해지기도 할거야...괜찮아"
그때부터 였을까..'괜찮아'
그말이 나는 너무 좋았다..
정말 모든것이 괜찮아질 것 같았다..
너무 딱딱한 껍질을 가지고 태어난 달걀이 결국 세게쥐면 깨지듯이 약하게 태어난 아이인데 '괜찮아'라는말이 나를 부드럽게 강하게 만드는것 같았다.
그녀의 말에 정말 많은것들이 괜찮아 지고 있었고 정말 소중한것들이 점점 보이기 시작했다.
내인생의 선물같은 사람.
내인생의 어머니같은 사람.
나를 가장 빛나게 했던 사람.
나를 제일 잘알고 이해했던 사람.
고마워고마워고마워 계속말하면 잔소리할것 같아서 그말조차 쉽지 않은 사람.
하지만 정말 저 하늘만큼 고마운사람.
나의 김치찌게를 사랑했던 일등 집사람.
우리 가족 모두가 그리워 할 단 한사람.

"경주..스페인가서 행복해야돼..힘들면 얘기해야돼..한달안에 날아갈께..그리고 거기서 편지써야돼..그리고 사진도 많이 보내야돼..그리고...............내스타일 아니라 말못했는데..........진짜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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