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은 영감의 결과인가 아니면 노력의 결과인가? 만약 영감의 결과라면 경영자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적절한 인재를 고용하면 자신의 임무는 끝나는 것이다. 하지만 노력의 결과라면 경영자는 더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즉 적절한 역할과 업무처리과정을 제시하고, 분명한 목표와 그에 따른 방안을 세우고, 각 단계마다의 진척사항을 검토해야 한다. 대가다운 면모를 보여주는 피터 드러커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중도적인 입장을 취한다. 그는 이 글을 통해 혁신은 노력의 결과이며 기업의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경영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또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혁신이 기업의 다른 분야와 똑같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실 혁신은 '행위'가 아닌 '지식'의 산물이다.
드러커는 혁신적 기업 발상은 대부분 다음 7가지의 기회를 세밀하게 분석하는 과정에서 나온다고 주장한다. 이 기회 중 일부는 기업이나 산업에서 나오며 다른 일부는 사회 전반이나 인구구성의 경향으로 인해 생겨나는 것이다. 민첩한 경영자는 자신의 기업이 7가지 전반에 걸쳐 분명한 초점을 유지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분석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일단 매력적인 기회를 포착했다면, 그 다음에는 올바른 반응을 얻어내기 위한 영감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기능적 영감'이다.」
요즘 기업가의 자질이라는 말이 인구에 회자되고 있지만 내가 지난 30년 동안 함께 일했던 기업가 중 어느 누구도 그러한 자질을 갖췄던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영업사원과 의사, 언론인, 학자, 심지어 음악가 중에 기업가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데도 그러한 자질을 지녔던 사람은 많았다. 성공한 기업가들이 지닌 공통점은 무슨무슨 자질이 아니라 개혁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의지였다.
혁신 의지는 기업가정신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기존 기업이든 공공기관이든 또는 자기 집 부엌에서 혼자 창업한 벤처사업이든 관계없다. 혁신은 기업가가 부를 창출할 수 있는 생산자원을 새로이 개발하거나 혹은 기존 생산자원에 한층 증진된 잠재력을 부여하여 부를 창출하도록 하는 수단이다.
오늘날 기업가정신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는 사람들이 많다. 소규모 기업을 일컫는 말로 사용하는 사람도 있고 또 신생 기업을 지칭할 때 쓰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기존 기업 중 성공한 기업일수록 기업가정신으로 충만한 곳이 많다. 기업가정신이라는 말은 기업의 규모나 연혁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어떤 특정한 활동과 관계 있으며 이 활동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 바로 혁신이다. 즉 한 기업의 사회, 경제적 잠재력에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분명한 목표를 설정하고 집중적인 노력을 펴는 것, 그것이 바로 혁신이다.
혁신의 원천
물론 혁신이란 한 순간 번뜩이는 천재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특히 성공적인 혁신은 목적의식을 갖고 의식적으로 기회를 노려야 달성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경우는 드물다. 한 회사나 산업계는 예상치 못한 우연이나 부조화, 과정상의 요구, 업계나 시장 판도의 변화와 같은 4가지 내부 요인을 통해서 혁신의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또 인구 변화나 인식 변화, 새로운 지식의 등장과 같은 3가지 외부 요인에 의해 혁신의 기회를 감지하기도 한다.
위험도나 난이도, 복잡성 면에서 차이를 보일지도 모르나 이러한 혁신의 원천은 사실 서로 중복되기도 하며 동시에 한 가지 이상의 요인이 작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혁신을 감행할 기회는 대부분 이 7가지 요인에서 비롯된다.
1. 예상치 못한 우연 우선 가장 손쉽고 간단하게 혁신의 기회를 포착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전혀 의외의 경우에 우연하게 기회를 잡을 때다. 1930년대 초, IBM은 은행을 겨냥하고 현대식 계산기를 최초로 개발했지만 33년 당시 은행은 이 새로 등장한 기계를 구입하지 않았다. 그러나 IBM을 창업하고 오랜 기간 최고경영자직을 수행했던 토마스 왓슨 1세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성공 덕분에 회사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고 종종 말한다. 바로 뉴욕 공공 도서관이 계산기를 사고자 했던 것이다. 뉴딜 정책이 막 실시되었던 그 때, 도서관은 은행과는 달리 재정적인 여유가 있었고 왓슨은 자칫 한 대도 못 팔았을지도 모르는 계산기를 도서관에 100대 이상 팔았다.
15년 후, 과학 연구에 컴퓨터가 적합하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그러자 기업은 이익 증진에 도움이 될 듯한 컴퓨터라는 기계에 예상치 못했던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당시 최신식 컴퓨터를 생산하던 유니백社는 기업용 응용 모델 생산을 거부했다. 반면 IBM은 성공의 기회를 감지하고 유니백 기본 모델을 개량하여 일상 생활에서 사용 가능한 모델을 개발했다. 그리고 5년 만에 업계 선두주자가 되었으며 오늘날까지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예기치 못한 실패도 혁신의 기회로 중요하게 작용하기는 마찬가지다. 포드자동차의 '에젤'이 신차 개발에서 자동차산업 역사상 최대 실패로 꼽히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그러나 포드가 '에젤'의 실패를 발판으로 그 후 성공했음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다. 포드가 GM과 경쟁하기 위해 모든 생산라인을 투입하여 생산한 에젤은 미국 자동차 역사상 가장 심혈을 기울인 모델이었다. 하지만 모든 계획 입안과 설계, 시장조사에도 불구하고 에젤이 실패로 돌아가자 포드는 자동차 시장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인지했다. 그러나 그 변화는 그때까지 GM을 비롯해 자동차회사들이 차를 설계하고 판매하는데 기준으로 삼던 기본 가정과 상치했다. 소득수준을 우선 기준으로 삼아 시장을 분류하는 방법은 더 이상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우리가 지금 라이프스타일이라고 부르는 것이 갑자기 시장 세분화의 새로운 기준으로 등장했다. 그러한 요구에 발맞추어 포드는 즉각 무스탕(Mustang)과 선더버드(Thunderbird)를 개발하여 출시했다. 이로 인해 포드는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자질을 갖췄으며 업계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예기치 못했던 성공과 실패는 대부분 기업이 무시하거나 심지어 그에 대해 분노하기 때문에 오히려 생산적 혁신의 원천이 된다. 1905년경 한 독일 과학자가 중독성이 없는 국부 마취제인 노보케인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을 때, 원래 그는 절단 수술과 같은 외과 수술용으로 쓸 것을 염두에 두었다. 그러나 지금도 그러하듯이 외과의사들은 전신 마취를 선호했다. 대신 치과의사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노보케인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 약품의 개발자는 그 후 치과대학으로 강의 여행을 다니며 노보케인 오용을 예방하는데 여생을 보냈다.
이러한 이야기는 일례에 불과하지만 경영자들이 예기치 못한 상황에 어떠한 태도를 보이는 가와 관련하여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들은 보통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다는 반응을 먼저 보인다. 특히 기업의 보고 체계는 이러한 태도를 여실히 보여준다. 왜냐하면 이들은 전혀 예상치 못한 가능성은 배제하기 때문이다. 매달 혹은 매분기별로 발간되는 보고서 첫 페이지에는 전형적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낳은 분야에 관해 일련의 문제점을 열거한다. 물론 그러한 정보는 실적 악화를 방지하기 때문에 필요하다.
그러나 그러한 정보는 새로운 가능성을 인식할 기회를 억누르기도 한다. 그 기업이 예상외로 우수한 실적을 올린 분야를 우선 인정해야 잠재 가능성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러므로 진정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한 기업이라면 첫 페이지에 문제 목록과 기회 목록, 두 가지를 준비해야 하며 경영자는 양쪽에 시간을 균등하게 할애해야 한다.
2. 부조화 알콘(Alcon)社는 창업주인 빌 코너가 의료 기술상의 부조화를 이용하여 성공한 경우로 60년대 성공기업의 대명사가 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백내장 수술은 가장 흔한 수술 중 하나다. 지난 300년에 걸쳐 의사들은 백내장 수술 방법을 체계화했으나 눈 속의 인대를 잘라내는 과정만은 여전히 재래식 방법을 써야 했다. 인대 제거 성공률은 100%였지만 문제는 의사들이 수술을 두려워할 정도로 이 과정이 백내장 수술의 다른 과정과 전혀 달랐다는 점이다. 즉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는 말이다.
50년 동안 의사들은 어떤 효소를 이용하면 잘라내지 않고도 인대를 제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빌 코너가 한 일이라곤 그저 이 효소가 몇 달간 유통기간을 늘려도 부패하지 않도록 방부제를 첨가한 것뿐이었다. 안과 수술 의사들은 이 새로운 방법을 즉시 받아들였으며 알콘은 세계시장을 독점했다. 그리고 15년 후 매우 높은 가격에 네슬레(Nestle)社가 이 회사를 인수했다.
이처럼 어떤 과정의 논리나 리듬에 불협화음이 생기는 경우가 혁신을 시도할 기회 중의 하나다. 또 다른 경우는 경제적 현실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경우다. 50년대와 70년대 사이 선진국 철강 산업계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한 업계의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나 이익폭은 계속 감소하는 경우에도 불일치가 존재한다. 그러므로 이런 경우에는 생산규모를 줄임으로써 혁신적인 대응을 꾀할 수 있다.
기대했던 바와 결과와의 불일치도 혁신 가능성을 제공하는 또 하나의 기회다. 20세기에 들어선 후 50년 동안 선박회사와 해운회사는 배의 속도는 개선하면서 연비는 감소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속도를 개선하고 연비를 낮출 수록 화물선박회사의 수익은 감소했다. 50년대쯤 되자 화물선업계 전체가 파산상태에 직면했다.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은 업계의 가정과 현실 사이의 불일치였다. 실질 비용은 생산과정(항해 중일 때)에서 발생하지 않고 비생산과정(하역을 위해 항구에 정박 중일 때)에서 발생한다. 그러므로 경영자가 실질 비용이 어디에서 발생하는가를 제대로 이해하면 혁신 대상은 분명해진다. 바로 하역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컨테이너를 그대로 실을 수 있는 선박(roll-on and roll-off ship)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 해결책은 30여년 동안 열차와 트럭으로 화물을 운송할 때 쓰이던 기술을 단지 화물선에 재적용한 것일 뿐이다. 기술상의 변화는 전혀 없이, 보는 각도만 달리했을 뿐인데도 원양 화물선업계의 경영 사정은 완전히 바뀌었으며 지난 20∼30년간 성장세가 두드러진 업종이 되었다.
3. 과정상의 요구 일본을 여행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속도로 체계가 현대적이지 않음을 알 것이다. 일본은 10세기경 우마차가 지나다니던 길을 그대로 도로로 이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럭 등 자동차가 아무 무리 없이 다닐 수 있는 이유는 30년대 초반 이래 미국에서 사용되던 반사경을 설치했기 때문이다. 이 반사경을 통해 6군데의 방향 중 어느 쪽에서 차가 달려오는지 확인할 수 있다. 교통사고 없이 도로 소통을 원활히 하는 이 작은 아이디어는 과정상의 요구에서 비롯되었다.
1909년경, AT&T의 한 통계학자는 전화 통화량과 미국 인구 예상치를 통해 15년 후를 전망했다. 그 결과 20년쯤이면 미국 여성 전원이 전화 교환원으로 일해야 한다는 예측이 나왔다. 과정상의 변화 요구가 분명해졌고 2년 만에 AT&T는 자동전화교환기를 개발, 설치했다.
우리가 오늘날 미디어라고 부르는 것도 1890년경 발생한 두 가지 과정상의 요구로 인해 나타난 결과다. 하나는 신문 제작시간을 단축하고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만든 메르겐탈러(Mergenthaler)의 라이노타입(Linotype)이고 다른 하나는 현대 광고라는 사회적 혁신이다. 광고라는 사회적 혁신은 『뉴욕 타임즈』紙의 아돌프 옥스와 『뉴욕 월드』紙의 조셉 퓰리처,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가 주도했다. 주 수입원이 되는 광고 덕분에 신문사는 사실상 무료로 신문을 대중에게 배포할 수 있었다.
4. 업계 또는 시장의 변화 경영자는 신이 시장구조를 주관한다고 믿을지 모르나 사실 시장구조란 하루아침에도 바뀔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는 혁신을 꾀할 아주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근래 수십년간 가장 성공한 미국기업 중 하나는 에퀴터블 생명보험회사(the Equitable Life Assurance Society)가 인수한 DL&J(Donaldson, Lufkin & Jenrette) 증권회사다. DL&J는 1960년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세 명의 젊은이가 설립했다. 이들은 기관투자가의 영향력이 강해짐에 따라 금융산업의 구조가 변화하고 있음을 인식했다. 물론 이들은 자본금도, 인맥도 없었다. 그러나 몇 년 지나지 않아 매도 수수료 체제가 확립되는 과정에서 업계 수위를 차지했고 월스트리트에서 실적이 가장 우수한 회사 중 하나가 되었다. 또한 업계 최초로 주식을 공개하고 주식회사로 전환했다.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미국 의료계도 산업계 구조 변화를 통해 거대한 변혁의 기회를 맞았다. 지난 10∼15년 사이에 개인 외과 의원과 정신과 의원, 응급센터, 건강유지기구(HMOs)가 미 전역에 걸쳐 개업했다. 통신업계에도 장비(ROLM社와 같은 회사가 사설교환기 제조 분야에 등장함으로써)와 송신(장거리 전화 서비스 분야에 MCI와 Sprint가 참여함으로써) 부문에서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통해 통신업계에도 혁신의 기회가 찾아왔다.
특정 업계가 10여년 정도 40% 내외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빠르게 성장할 때 업계 구조는 변화한다. 기존 기업은 이미 이룩한 것을 방어하는데 집중하며 신생 기업이 도전해올 때 역습을 감행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시장이나 업계 판도에 변화가 생길 때 업계 수위를 지키던 기업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새로운 시장을 계속 무시한다. 변화에 따른 새로운 기회와 기존의 시장분석과 접근, 조직운영방식이 일치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므로 혁신적인 사람들은 상당 기간 고군분투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5. 인구 변화 기업 혁신의 기회를 제공하는 외부 원천 가운데 인구 요인이 가장 신뢰할만하다. 인구의 변화는 예측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2000년에 노동 인구에 참여할 미국민은 이미 출생했다는 것 등이다. 그러나 정책 입안자들이 인구 요인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인구 변화를 주시하고 이용하는 사람은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일본은 인구 문제에 관심을 기울였기 때문에 로봇 개발에서 앞섰다. 70년대 선진국에서는 출산율이 계속 감소하고 청소년의 절반 이상이 고등학교 이상 교육을 받을 정도로 교육열이 높았다. 그 결과, 제조업 분야에서 전통적인 생산직 업종을 담당할 근로자수가 감소하고 90년경이면 절대적인 수가 부족해질 것은 자명했다. 누구나 이 사실을 알았지만 일본만이 실제 행동을 개시해 대응책을 모색했고 따라서 지금은 로봇 개발 분야에서 다른 나라보다 10년을 앞섰다.
리조트산업에서 클럽메드(Club Med)의 성공도 인구 요인을 잘 이용한 경우다. 70년경 유럽과 미국에서는 교육 수준도 높고 부유한 젊은층이 등장했다. 이 젊은이들은 노동자 계층 출신 부모 세대처럼 브라이튼이나 애틀랜틱시에서 여름을 보내는 휴가 방식에 만족하지 못했다. 따라서 이들은 10대시절의 오락장을 이국적인 곳으로 옮겨놓은 새로운 휴가상품이 이상적인 고객으로부터 주목받았다.
경영자들은 인구 요인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오래 전에 알았지만 인구 통계상의 변화 속도가 느리다고 믿었다. 그러나 20세기 인구 변화 속도는 절대 느리지 않다. 사실 인구와 연령, 분포, 교육 정도, 직업, 거주지 등의 변화가 초래하는 기회를 포착해 추진하는 혁신이야말로 위험도는 가장 낮은 반면 돌아오는 보답은 가장 크다.
6. 인식의 전환'물이 반이나 있다'와 '물이 반밖에 없다'는 같은 현상을 묘사하지만 상당히 다른 의미를 내포한다. 경영자의 인식을 '반이나'에서 '반밖에'로 바꾸면 커다란 혁신의 기회가 열린다.
예를 들어보자. 지난 20년간 미국인의 건강이 급속도로 좋아졌다는 점은 신생아 사망률, 노인 생존율, 암발병률(폐암 제외)과 치료율 등 모든 사실증거를 통해서 입증되고 있다. 하지만 건강에 대한 지나친 걱정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이렇게 높은 적은 없었다. 갑자기 모든 것이 암이나 퇴행성 심장질환 혹은 조기기억상실증을 유발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이 물이 반밖에 없다는 인식이다.
미국인은 건강이 현저히 좋아졌다는 사실에 안주하기보다는 불사의 존재가 되기까지는 아직 멀었다는 점을 더 강조한다. 이런 시각은 많은 혁신의 기회를 제공해왔다. 새로운 건강잡지를 비롯해 운동단체, 조깅기구, 각종 건강식품의 시장이 형성되었다. 83년 미국에서 가장 높은 성장을 보인 산업은 실내운동기구제조분야였다.
인식의 전환은 사실 자체를 바꾸지 않는다. 그것은 사실의 의미를 아주 급속도로 바꾼다. 컴퓨터가 대기업만이 사용하는 것이자 위협적인 존재라는 인식에서 소득세를 계산하기 위해 구입하는 물건이 되기까지는 불과 2년도 걸리지 않았다. 꼭 경제학적 요인으로 이런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이와는 무관하다. 사람들이 인식을 '반이나'나 '반밖에'로 결정짓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 '심리적인 요인'이다. 그리고 심리적인 요인의 변화는 수치화하기 어렵다. 하지만 전혀 생소한 것은 아니며 구체화할 수 있는 것이다. 정의할 수 있고 테스트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혁신기회를 위해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7. 신지식역사를 바꾼 혁신 중에서는 과학, 기술, 사회 등의 신지식을 기반으로 한 혁신이 가장 많다. 지식기반 혁신은 기업가 자질의 으뜸이며 여기에는 명성과 부가 뒤따른다. 모든 지식기반 혁신이 중대한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혁신은 바로 이것이다.
지식기반 혁신은 이루는데 걸리는 시간과 실패율, 예측성과 기업가에게 제기하는 문제점 등에서 여타 혁신과 구별된다. 대부분의 거물이 그러하듯 지식기반 혁신도 날카롭고, 변덕스러우며, 지도하기 어렵다. 일례로 모든 혁신 가운데 이것의 리드타임이 가장 길다. 신지식이 등장하고 그것이 기술로 활용되는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또한 이 신기술이 시장에 제품이나 절차, 서비스로 등장하는데도 한참이 걸린다. 대체로 소요되는 리드타임은 약 50년이며 이 기간은 그간 별로 줄어들지 않았다.
이런 종류의 혁신은 효율을 위해서 종종 하나 이상의 지식이 필요하다. 가장 강력한 지식기반 혁신인 은행을 살펴보라. 경제개발을 목적으로 자본을 이용하는 기업 개념의 은행 이론은 콩트 생시몽이 나폴레옹시대에 만들었다. 생시몽의 이론이 탁월하긴 했지만 실제 기업 개념의 은행인 크레딧 모빌리어(Credit Mobilier)는 그가 죽은 지 30년 후인 1825년에 제이콥과 아이작 페레리 형제에 의해서 세워졌고 지금의 금융자본주의가 도래했다.
하지만 페레리 형제는 상업 개념의 은행에 대해선 몰랐고 이는 동시대에 해협을 건너 영국에서 탄생했다. 크레딧 모빌리어는 크게 실패했다. 몇 년 뒤 두 젊은 청년인 미국의 J.P. 모건과 독일의 게오르그 지멘스는 프랑스의 기업 개념의 은행 이론과 영국의 은행 개념을 접목시켜 최초의 현대적 은행을 성공적으로 탄생시켰다. 그리하여 뉴욕에서는 J.P. 모건 & 컴퍼니가 베를린에서는 도이체방크가 세워졌다. 10년 후 시부사와 에이이치가 지멘스의 개념을 일본에 도입하여 일본 경제의 초석을 세웠다. 지식기반 혁신은 이런 식으로 이루어진다.
또 다른 예로 컴퓨터가 탄생하기까지는 다음 6가지의 지식이 필요했다. 2진법, 19세기 전반기 찰스 베비지의 계산기계 개념, 헤르만 홀러리스가 1890년 미국 인구통계에 사용한 펀치카드, 1906년 발명된 전기전환장치인 삼극진공관, 1910년과 13년 버트란드 러셀과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가 내놓은 상징적 논리규칙, 그리고 1차세계대전 당시 효과적인 고사포를 만들려다 실패한 과정에서 나온 프로그래밍과 피드백의 개념.
비록 이 모든 지식이 1918년 당시에도 존재했지만 첫 디지털 컴퓨터는 46년이 되어서야 탄생했다.
긴 리드타임과 여러 분야의 지식을 수렴해야 하는 필요성 때문에 지식기반 혁신은 독특한 주기를 가지고, 그것만의 매력과 위험도 동시에 수반한다. 오랜 배태기간 동안에는 말은 무성하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다. 그러다가 모든 요소가 갑자기 한 곳으로 수렴하면 엄청난 반응과 활동과 추측이 나돌게 된다. 가령 1880년과 1890년 사이 약 1,000개에 달하는 전자기계회사가 선진국에 세워졌다. 언제나 그렇듯이 그 다음에는 파산과 침체가 뒤따른다. 1914년에는 겨우 25개 기업만이 살아남았다. 또 한 예로 20년대 초만 해도 미국에 약 300∼500개의 자동차기업이 있었다. 하지만 60년에는 그 수가 4개로 줄었다.
분명 쉬운 일은 아니지만 지식기반 혁신은 관리될 수 있다. 그러려면 혁신을 이룰만한 다양한 종류의 지식을 세밀히 분석해야 한다. J.P. 모건과 게오르그 지멘스는 은행사업을 시작할 때 이렇게 했다. 라이트형제가 처음으로 비행기를 개발했을 때도 이렇게 했다.
또한 잠재 사용자의 수요, 그 중에서도 이들의 구매 역량에 대한 세심한 분석은 필수적이다. 지식기반 혁신이 다른 혁신보다도 시장에 더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사실은 아마 역설적으로 들릴 것이다. 하지만 영국의 디 하빌랜드(De Havilland)社는 최초의 승객제트기를 설계하고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분석을 하지 않았고, 그 결과 두 가지 주요한 요인을 파악하지 못했다. 첫째는 제트기 외형상의 문제였다. 즉 항공사에 가장 큰 수익을 가져다줄 비행경로를 위해 제트기의 적절한 크기와 하중을 파악하는 일이었다. 둘째 요인도 첫째와 마찬가지로 현실적인 문제로 항공사가 고가의 비행기 구입 자금을 어떻게 동원할 수 있을지에 관한 것이었다. 하빌랜드는 이 두 가지에 반드시 필요한 고객분석을 하지 않았고 결국 미국의 보잉과 더글라스가 이 회사를 인수하게 되었다.
혁신의 원칙
목적의식이 뚜렷한 체계적인 혁신은 새로운 기회의 원천을 분석하는 일에서 시작된다. 상황과 때에 따라서 그 원천의 중요도는 매번 달라진다. 가령 인구분포는 철강산업과 같이 근본적인 산업의 혁신에는 그다지 영향력을 미치지 않는다. 물론 라이노 타입의 철강기계는 대규모 시장을 충족할만한 전문 식자공이 충분치 않았기 때문에 성공했지만 이는 드문 경우다. 마찬가지로 신지식은 인구분포나 세법이 변함에 따라 생겨난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사회적 도구를 혁신하는 사람과도 무관하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혁신가는 모든 기회의 원천을 분석한다.
혁신은 개념적이고 인지적인 까닭에 혁신가가 되고 싶은 사람은 손수 보고, 묻고, 들어야 한다. 성공적인 혁신가는 좌뇌와 우뇌를 모두 사용한다. 그들은 혁신이 기회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점을 분석적으로 살핀다. 그리고 직접 고객의 기대와 가치, 필요를 연구하기 위해 잠재고객을 직접 연구한다.
효율을 위해서 혁신은 간결하고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즉 한 가지 것만을 다루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은 혼란을 느낀다. 혁신에 대해 사람들이 내리는 가장 큰 찬사는 "너무 명확하잖아! 왜 미처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 정말 간편하군!"과 같다. 새로운 수요자와 시장을 창출하는 혁신도 이렇듯 분명하고 구체적이며 꼼꼼하게 계획된 응용을 지향해야 한다.
효과적인 혁신은 작은 데서 출발한다. 예를 들어 전기자동차가 이룬 혁신을 열차에도 이용하여 전동열차를 만드는 것이 있다. 아니면 성냥갑에 정확히 같은 수의 성냥을 담는 것과 같이 기초적인 구상일 수도 있다. 바로 이런 간단한 구상에서 출발하여 스웨덴은 성냥갑 채우는 작업을 자동화했고 결국 반세기동안 이 분야에서 전세계 독점을 누렸다. 이와 대조적으로 한 산업분야를 완전히 탈바꿈시키겠다는 거창한 아이디어는 실현가능성이 없는 일이다.
사실 어떤 특정한 혁신이 엄청난 산업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그저 그런 성과로 끝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성과가 크지 않다고 해도, 성공적인 혁신은 처음부터 업계의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고, 신기술이나 새로운 산업의 방향을 결정하며, 선도적인 산업을 탄생시킬 목적에서 출발한다. 만약 혁신이 애초부터 리더십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면 이는 혁신적이 될 수가 없다.
무엇보다도 혁신은 재능이 아니라 노력이다. 그러므로 지식과 창의력, 목표의식이 필요하다. 사실 다른 사람보다 재능이 뛰어난 혁신가가 있긴 하지만 그들의 재능은 한정된 분야에서만 쓰인다. 그리고 혁신가는 한 분야 이상에서 일하는 법이 드물다. 토마스 에디슨은 그가 이룬 모든 체계적인 혁신에도 불구하고 오직 전기분야에서만 일했다. 또한 금융분야의 혁신가인 시티은행이 의료분야의 혁신을 시도하는 일 따위는 없을 것이다.
다른 모든 노력에서와 마찬가지로 혁신에도 재능과 창의력, 지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진지하고, 한 가지에만 초점을 맞추고, 목표의식이 분명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근면과 집요함, 헌신이 부족하다면 재능과 창의력과 지식은 무용지물이다.
물론 체계적인 혁신보다 기업가정신이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 기업가정신에는 뚜렷한 기업전략과 기업경영원칙 등이 있으며 이러한 것은 기존 기업이나 공공기관, 벤처기업에 똑같이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기업가정신의 근간은 체계적인 혁신을 이루는 것이라 하겠다.
Thursday, July 27,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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